<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reviewed by 이혜령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직접 찾아서 읽는 것 또한 쉽지 내게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수업 과제로 주어진 책 리스트를 보고서는
‘공지영’이라는 이름만으로 선택을 하게 된 책이다.
그녀가 만들어 낸 책들에는 언제나 즐거움과 감동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도 하였고,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제목 자체에
끌림이 있기도 하였다.
그 한 문장이, 어딘가 모르게 큰 힘이 되어 줄 것 같았고 많은 의지가 될 것 같았다.
이 책은 공지영 작가가 고3 딸 위녕에게 매주 화요일 보내는 편지로 엮어져 있다.
고3이란 시기 당사자도 힘들겠지만 그 뒷바라지를 하는 어머니도 마찬가지이다.
고3 수험생에게 어머니의 말은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을 테지만,
엄마 공지영은 ‘편지’라는 매체를 통해 엄마의 진심을 전하고 딸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한다.
고3 딸에게 쓰는 편지의 첫 마디가 ‘잘 헤어질 남자를 만나라’라는 것이,
처음에는 공지영 다운 신선함과 ‘엣지스러움’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고3’이 아닌, 열 여덟의 섬세하고도 깨지기 쉬운 나이를 보내고 있는 딸을 바라보면서 그 딸의 미래를 생각하는,
가장 ‘평범한’ 엄마의 마음이 느껴진다.
공지영은 편지로 위녕에게 말한다.
“어떤 사람을 만나거든 잘 살펴봐. 그가 헤어질 때 정말로 기억나며
그 사람을 알았던 것이 내 인생에 분명 하나의 행운이었다고 생각될 그런 사람인지를 말이야.
헤어짐을 예의 바르고 아쉽게 만들고 영원히 좋은 사람으로 기억나며
그 사람을 알았던 것이 내 인생에 분명 하나의 행운이었다고 생각될 그런 사람인지를 말이야.”
잠깐 책을 덮고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 생각을 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의 잘나지 못함으로 의기소침해 있는 딸에게 공지영이 들려주는
“천사 미니 멜” 의 이야기이다.
마지막 천사가 창조되었을 때 그에게 ‘미니 멜’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유인 즉 모든 천사들 가운데 가장 완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로 인해 미니 멜은 죽기로 결심하지만 천사는 불멸의 존재라 불가능했다.
방법은 자신을 만든 신에게 가서 자기를 없애 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신이 곰곰이 생각하다 대답한다.
“사람들 세상에 피에타 상이 수백만 개 존재하고,
나이아가라 폭포가 수백 개, 에베레스트 산이 수백 개 존재한다고 가정해 봐라.
그것들은 그 절대적인 매력을 잃게 된다.
나의 창조물 중 어떤 눈송이도 똑같이 생긴 것이 없다.
내가 창조한 모든 것은 하나의 ‘원본’이다. 따라서 각자 어떤 것과도 대치될 수 없는 거란다.
너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너 없이도 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지만 만일 그랬다면 세계는
내 눈에 영원히 불완전한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너를 미카엘이나 라파엘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네가 너로서 존재하고 나의 고유한 미니 멜 이기를 원한다.
태초부터 내가 사랑한 것은 남과 다른 너였기 때문이다.
너는 내가 오랜 세월에 걸쳐 꿈꿔온 유일한 미니 멜이다.
따라서 어느 날 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느냐?
만일 네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더 할 수 없이 슬플 것이다.
영원히 눈물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 글에 한참을 붙들려 있었다.
나도 종종 미니 멜과 같은 생각을 했기에, 그리고 그 생각들이 나를 한없이 낮아지게 만들었기에.
그렇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살며
공지영이라는 사람 또한 그런 생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한편으로 내게 위로가 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몇 번씩 다시 읽어보게 하고 곱씹어 보게 되는 멋진 구절들이 많지만,
정작 나를 가장 뭉클하게 한 것은 “딸아 사랑한다. 너를 믿는다”라는 엄마 공지영의 꾸밈 없는 사랑고백이었다.
그 말 한마디에, 그 많은 삶에 대한 철학과 지혜가 넘쳐나는 가운데서, 이 책이 정작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부모와 자식이 서로 어떻게 사랑해야 하며, 그 사랑을 어떻게 나타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책에 담긴 공지영 작가의 경험들과 그녀가 그 사건들을 되돌아보는 자세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힘든 시기를 겪을 때,
공지영 작가와 같이 고생과 고난의 시간을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