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A Project 2012/Book Review

<그 섬에 내가 있었네> reviewed by 이기환

하지만 여전히 풀과 나무들은 삶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뽑혀나간 뿌리로 땅을 짚고 새 줄기와 가지를 키워 올립니다.

부러진 줄기와 가지를 추슬러 새순이 움트게 합니다.

끊임없는 비극과 고통 속에서도 풀과 나무들은

비명 한번 내지르지 않고, 불평 한번 없이,

절대로 도망치는 법도 없이 묵묵히 새 삶을 준비합니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中]

 

 

2007년 나는 무척이나 지쳐있었다.

입시를 재도전해서 들어온 대학생활도 기대만큼 즐겁지 않았고 심적으로 너무나 힘이 들었다.

하루하루가 버거웠고, 내가 처음 가졌던 꿈에서는 점점 멀어져감을 느꼈다.

괴로웠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주변의 시선이었다.

나는 그 당시에 103Kg의 몸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는 주변의 시선들은 자연스레 나를 작게 만들었다.

사실 그런 주변의 시선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고 나의 할 일을 묵묵히 해 나가는 것이 맞지만,

이기환은 그렇게 강하지 못했다.

모든 것들이 다 스트레스였다.

뚱뚱한 나에 대한 컴플렉스 때문에 사람들도 만나기 싫었고 집 밖으로 나가기도 싫었다.

모든 것이 다 원망스럽고 내가 왜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지 화가 났었다.

 

그 무렵, 아버지께서 회사를 그만 두시게 되면서,

나는 처음으로 내 자신과 진로에 대한 현실적이고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내가 이렇게 지내도 되는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런 고민들 속에서 내가 발견해 냈던 것은, 묻혀있던 나의 꿈 이었다.

 

나는 가수가 되고 싶었다.

 

 

 

나는 정말로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살이 찌면서 모든 꿈들을 접었던 것이다.

도망치고만 싶었었다.

남들의 시선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2007 7월 아버지께서 회사를 그만두시고, 다음 날 나는 헬스장에 등록했다.

생애 처음으로 나는 내 꿈에게 보답해 보기로, 한 걸음 나아가보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헬스장에 구비된 가장 큰 운동복 사이즈가 맞지 않을 정도로, 나는 헬스장에서 가장 뚱뚱했다.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 달 후 나는 5Kg를 감량하였고, 두 달 후에는 10Kg을 뺐다.

추석 때, 고향에서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살 빠졌다는 칭찬을 듣고서,

나는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뿌듯했고 더 욕심이 생겼다.

운동을 쉬지 않았고 식이조절도 병행했다.

 

 

 

 

네 달이 지난 후에는 20Kg을 감량했고, 주위의 놀라움도 커졌다.

그러던 것이, 84Kg에서 몸무게가 석 달 동안이나 멈추면서 슬럼프가 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 꿈에 대한 약속을 그렇게 쉽게 저버릴 수가 없었다.

석 달이 지나던 어느 날 몸무게가 기적처럼 하루에 1Kg씩 빠지기 시작했고,

2008 7, 나는 58Kg의 건강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이 다이어트가 물리적으로는 단순히 남들보다 더 가지고 있었던 지방덩어리를 제거한 것이지만,

내게는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컴플렉스를 제거하게 된 사건이었다.

1년을 이렇게 보내면서 내가 얻은 것은,

어떤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 걸어간다면 결국 다시 좋은 날이 온다는 사실을,

전설처럼 떠도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故 김영갑님의 글들은

4년 전 내 변화된 내 모습과 그 시간들 속에서 받았던 감사와 감동을 다시금 기억나게 해 주었다.

또다시 꾸준함, 묵묵히 걸어나감을 잊어버리고 살던 나에게 다시 한 번 그것들을 되새겨 준 것이다.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