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이 한 마디의 위력은 엄청났다.
중세 유럽의 독실한 그리스도교는 하루하루의 사소한 죄가 쌓이고 쌓여
사후에 지옥에 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떠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은자 피에르를 따라 성지탈환을 위한 십자군에 참가하는 것만으로
모든 죄가 용서된다고 로마 교황이 약속한 것이다.
천국의 자리를 예약해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가족들을 남겨두고 밭을 버려두고 먼 동방을 향해 떠나는 사람들이
물결을 이루었다.
시오노 나나미 저 <그림으로 보는 십자군이야기> 중
어느새 교회를 다닌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단지 신앙적인 호기심으로 이 책을 선택했는데,
잘 알지 못했던 역사의 한 거대한 흐름에 놀라고 위압감 마저 느껴졌다.
'십자군 전쟁… 이리도 길고 끈질긴 싸움이었단 말인가! ‘
다행히 어마어마한 분량의 역사를 그림과 지리적 설명에 도움이 되는 지도, 그리고 간단한 글로 구성하여
나 같은 역사 문외한도 쉽게 이해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림으로 보는 십자군 이야기>는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기획한 또 하나의 장편 <십자군 이야기>의 출판에 앞서
‘예고편’의 형식으로 내놓은 작품이다.
삽화로는 19세기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도레 (Gustave Dore)의 그림을 사용했다.
200년 간 이어진 두 종교간의 전쟁.
사람들은 분명하고 확실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명분이 있을 때 폭력도 불사한다.
신앙의 선의에서, 자신의 죄를 용서 받기 위해, 혹은 정치적 이해 관계 때문에 참전한 사람들.
이런저런 이유에서 낯선 이국 땅에서 목숨을 내던졌을 수만명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옳았으며 스스로 신의 편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교황청이 면죄부를 팔며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서민들을 착취하던 시대,
사제들이 아니고서는 성경책도 접할 수 없었던 시대에
일반 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교황청의 말에 순종하는 것 뿐이었다.
권력자들의 정치적 욕구 때문에 전쟁터로 향한 서민들.
하지만 그들의 명분은 권력자들의 욕구가 아닌 순수한 신앙에 의한 것이니
오직 그들의 죽음만을 ‘순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수백 년 전의 십자군 전쟁 이야기가
현재에 존재하는 권력형 교회들의 모습과 묘한 오버랩을 이루는 것은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얼마 전, 한 대형교회의 원로목사님이 교회의 세습을 회개하는 모습이 뉴스를 통해 비쳐졌다.
용기있고,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눈물은 변화보다 쉽다”는 한 기자의 말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들의 회개와 후회가 쇼가 아니라 진심이며 변화의 의지를 분명히 담고 있는 것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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